백범흠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초빙교수(전 한중일협력사무국(TCS) 사무차장).
백범흠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초빙교수(전 한중일협력사무국(TCS) 사무차장).

 

 (서울=뉴스1) 백범흠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초빙교수 = 2024년 갑진년(甲辰年) 새해가 다가왔지만, 우리는 행정·입법·사법 등 우리 국가사회 상부구조(Überbau)가 깊이 신뢰하지 못하는 '비상(非常)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국내총생산액(GDP)이 연속 감소하는 등 경제 상황도 낙관적이지 않다. 실물경기는 물론 주식시장 상황도 그리 좋지 못하다. 되풀이되는 한반도 전쟁 위기설 역시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북한은 지난 1월 남북 관계를 '2개 적대 교전국간 관계'로 규정했다. 김정은은 '한국 점령 발언'마저 감행했다. 서해 5도 지역에서는 다시 포격이 발생했다.

개전 2년이 다 돼가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아직 끝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한러 간에는 한국의 우크라이나 지원과 북러 간 재래식 무기-첨단군사기술 교환 문제 등과 관련해 신원식 국방장관의 '우크라이나 전면 지원' 발언을 계기로 날선 공방이 오갔다.

가자(Gaza) 전쟁은 계속되고 있고, 홍해와 예멘, 이란 연계세력 지배지역(시리아, 이라크 일부) 등 중동전역으로 확산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미중 간 힘겨루기는 특히 동아시아에서 첨예화되고 있다. 지난 1월 실시된 대만 대선에서 독립을 지향하는 민진당 출신 라이칭더 후보가 당선됐다. 이에 반발해 중국이 일으키는 대만 해협의 파도는 한층 더 거칠어졌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한다면, 윤석열 정부가 공 들여왔던 한미일 협력체제는 물거품이 될지도 모른다. 초저출산·초고령화 문제 해결과 연금·노동·교육 분야 등 거시·거국적으로 추진돼야 할 제반 개혁은 아직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서울 도심의 공사장 가림막에 그려진 행복한 가족 그림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 도심의 공사장 가림막에 그려진 행복한 가족 그림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먹고 사는 문제와 관련, 우리 경제와 동조 현상을 보이는 중국 경제는 한 마디로 죽을 쑤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5.2%였다. GDP는 달러 기준으로 29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중국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년 연속 줄어들었다. 2021년 미국 경제 규모의 76%에 달했던 중국 경제는 2023년 64% 수준으로 축소됐다.

중국 경제의 미래도 그리 밝지 않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은 금년 중국의 GDP 성장률을 4.4%~4.7%로 전망했다. 중국은 빚(debt)·디플레이션(deflation)·디리스킹(derisking)·인구 감소(demographics) 등 '4D' 폭탄에 시달리고 있다. 그중 가장 큰 폭탄은 저출산·고령화 문제다.

2012년 약 1600만명이던 신생아수는 2017년부터 2023년까지 7년 연속 줄어들어 불과 11년 만에 거의 반 토막 난 약 900만명이 됐다. 60세 이상 인구 비율은 20%를 넘어섰다. 총인구는 '대약진 운동'(1958-1962) 실패로 5000만여명의 아사자를 낸 이후 처음으로 2년 연속 감소해 14억1000만명이 됐다. 2027년 노인 인구는 3억명을 넘어서고, 2050년에는 5억 명에 육박해 중국은 세계 최대 '노인대국'이 될 전망이다. 중국 역사는 인구가 줄어들면 중국의 분열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말해준다. 중국의 최대 위협은 미국이 아닌 바로 인구 감소다.

무려 55년 만인 2023년 GDP 기준으로 독일에 추월당한 일본 역시 저출산·고령화와 디플레이션으로 신음하고 있다. 모타니 고스케가 지은 '일본 디플레이션의 진실'에 의하면, 경제는 인구로 움직인다고 한다. 경제를 움직이는 것은 경기(景氣)의 파도가 아니라 인구의 파도, 즉 생산가능인구 증감이라는 것이다. 일본의 미래 역시 인구 문제 해결 여부에 달려있다.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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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미래를 위협하는 가장 심각한 문제 역시 전쟁 위기나 북핵보다는 초저출산율·초고령화다. 급속히 늙어가고 있으며, 생산가능인구 공급이 계속 줄어들고 있는 한국에게 있어 인구는 △경제이자 △국방이며, △복지이고 △연금이다. 한국은 인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결혼제도와 함께 출산 장려 정책을 혁명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이민 문호도 대폭 넓혀야 한다.

생산가능인구 공급 감소를 보완하기 위해 이노베이션(혁신) 속도를 높여 나가야 한다. 한국은 인공지능(AI)과 전기배터리, 6세대 무선정보통신 포함 64개 첨단기술 대부분에서 중국에 뒤지고 있다. 대표적 산업인 전기배터리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3.8%로 중국의 65.5%에 크게 밀리고 있다. 반도체와 6세대 무선정보통신 분야도 5~10년 뒤 상용화될 미래기술 관점에서 볼 때 중국에 상당히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10대 연구기관 가운데 7개가 중국에 있으며, 중요한 연구 논문 저자의 68.6%가 중국 출신이다.

중국과 일본에 비해 인구 규모가 크게 작고 출산율(0.7%)도 가장 낮은 한국이 이노베이션에서 마저 밀린다면 한국의 미래는 어두운 정도가 아니라 아예 없을지 모른다. 정부와 기업은 굶주리면서도 자식 공부에는 돈을 아끼지 않았던 선조들의 집념과 열정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정부와 기업은 비상한 각오로 협력해 기존 기술과 제품의 획기적 개량은 물론 지금까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기술 창안과 제품 개발을 선도해 나가야 한다. 이와 함께 한국은 2019년 12월 청두 정상회의 이후 중단된 한중일 3국 정상회의 개최를 조속 성사시켜 중국, 일본과 저출산·고령화 문제 해결 방안은 물론, 이노베이션 촉진 방안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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