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지명된 후 22일 더불어민주당 내에선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속속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의 혁신 경쟁에서 밀리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과 한 전 장관이 가진 단점이 오히려 장점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친명(친이재명)계 좌장으로 꼽히는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 전 장관이 비대위원장으로 지명된 것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과는 다르다. 절대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고 경고했다.

정 의원은 "민주당에서 그의 등장을 낮게 평가하며 '한나땡'(한동훈 나오면 땡큐)을 말하는 분들의 1차원적 사고를 보며 많은 걱정을 하게 된다"며 "한 비대위원장은 평생 술을 입에 대지 않았다는 사람이다. 술을 좋아하는 윤 대통령과는 아주 다른 사람이다"고 했다.

이어 그는 한 전 장관이 "냉철한 판단과 강력한 실행으로 여당을 변화시킬 능력이 있다"며 "민주당이 막연히 한 비대위원장의 실책만 기다리고 방심하다가는 필패할 것이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정말 정신 바짝 차리고 굳게 단합해 혁신해야 한다"며 "수평선 너머에서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민주당은 한 전 장관의 등판이 총선에서 정권심판론을 강화할 것이라며 '한동훈 비대위 체제'를 반기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윤석열 사단의 핵심으로 분류되는 한 전 장관이 용산과 수평 관계를 이루지 못하고 수직적 당정관계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분석에 기반한 것이다.

우상호 의원은 지난 20일 라디오에서 "민주당에는 한동훈 장관이 비대위원장 되는 게 아주 반가운 일"이라고 했고 장경태 최고위원도 라디오에 출연해 "윤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대다수의 국민이 있는데 한동훈 장관이다? 저희는 땡큐다"고 말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과녁이 많아지면 나쁠 것 없으니 굳이 한동훈 비대위를 반대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고 비꼬았다.

그러나 민주당 내부에선 정 의원의 '위기론'에 동의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정 의원의 견해에 대체로 동의한다"며 "여의도 문법에 익숙하지 않고 정치 경험이 없다는 단점이 있지만 오히려 그게 장점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민주당이 (한동훈 비대위 체제를)축하할 일도, 비판할 일도 아니고 예의주시해야 한다"며 "국힘이 혁신 경쟁으로 들어갈 텐데 민주당은 현재 (혁신과는)거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도 전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한나땡 이런 얘기나 하고 앉아 있으면 국민들은 '저기는 몸부림이라도 치는데 너희들은 변화하고 혁신하기 위해서 뭘 하고 있다는 거야?' (라고 반문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다른 중진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당의 결정을 내려야 하는 대표 자리는 쉽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한동훈 비대위는) 결국 실패할 것"이라면서도 "방심하면 안 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갖고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