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혁신'골든타임']
<2>국회가 달라져야 정치가 달라진다/의회 역량 강화하자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말이 있다. 우리나라의 정치지형이 보수가 위, 진보가 아래를 차지한 형국이란 비유로, 흔히 진보 진영이 정치 환경이 불리하다고 할 때 쓰인다. 그러나 기울기로 따지자면 행정부와 입법부의 기울어진 정도에 비할 바가 못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 헌법은 ‘3권 분립’을 명시하고 있다. 입법과 행정의 견제, 균형을 명문화하고 있지만 행정부를 견제하기에는 입법부인 국회가 역부족이라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 허약한 입법 역량

19대 국회 전반기(2012년 6월∼2014년 5월)까지 의원들이 발의한 법률안은 9711건이다. 18대 국회 전체의 의원발의 법안 1만2220건에 육박한다. 14대 국회 의원발의 법안은 321건에 불과했지만 이후 1144건(15대), 1912건(16대), 6387건(17대)으로 계속 늘고 있다. 권위주의 정부 시절 ‘통법부’라는 오명은 벗었지만 갈수록 법률안의 질은 양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발의된 법안은 5806건이다. 이 중 본회의를 통과한 건 865건. 통과율은 겨우 14.9%에 불과하다. 사실상 중복되는 내용이 많고 일부 내용만 수정해 발의한 법안도 많아 의원들이 실적 올리기에 급급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 부처 공무원들은 해당 분야에서 많게는 20년 넘게 종사한 전문가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같이 행정부를 뒷받침하는 정부 산하 싱크탱크는 질과 양에서 국회를 압도한다.

의원 개개인의 입법역량이 부족한 것도 큰 문제점으로 꼽힌다. 초선 의원이 국회에 들어와 받는 교육이라고는 ‘본회의장 전자투표시스템 조작법’을 배우는 게 전부다. 법안 마련은 보좌진의 도움을 얻는데, 보좌진의 의견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법안 검토보고서에는 정부나 이익단체의 관점이 곧잘 반영된다. 법안은 추상적으로 만들고 구체적인 사항은 시행령 등 행정입법으로 규정하는 과도한 ‘행정부 위임’ 현상도 딜레마다. 새정치민주연합 정성호 의원은 “장관들 불러다 호통 치니까 국회가 대단한 것 같지만 전혀 아니다. 입법까지도 정부가 칼자루를 쥐고 있다”고 토로했다.

○ 부실한 예산 심사

“예산심사는 행정부의 거대한 쇼다.”

지난해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상황을 지켜본 국회 핵심 관계자의 고백이다. 입법과 더불어 국회의 가장 중요한 임무인 예산심사에서도 국회의 존재는 미미하다는 것. 이 관계자는 “지난해 정부 예산 355조 원 중 국회 재량으로 2조5000억 원밖에 움직이지 못했다”며 “그나마도 정부가 국회 요구를 미리 짐작해 준비해 놓고는 못 이기는 척 생색을 냈다”고 말했다. 국회에서는 사실상 예산의 감액밖에 할 수 없다. 상임위원회 심사에서는 잔뜩 증액을 해서 여론의 질타를 받지만 예결특위로 오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다.

전문가들은 예산편성 과정의 9개월여를 행정부가 독점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예산심사의 문제점으로 든다. 국회는 올해부터 60일에서 그나마 열흘 늘어난 70일간 심의를 한다. 각 상임위는 평균 10조 원이 넘는 예산안을 1차적으로 심사하기에는 역량이 달린다. 이 때문에 심사과정에서 의원들은 해당 부처 예산책임자의 설명에 의존한다. 각 행정부처가 요구하는 예산이 얼마나 타당한지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하는 졸속심사에 가깝다.

예결특위에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평균 2주 남짓한 기간에 350조 원 안팎의 정부예산을 꼼꼼히 심사하기란 어렵다. 예산정책처의 지원을 받지만 정부 예산안을 크로스체크할 기회는 거의 없다. 특히 50명의 예결특위 위원이 아니라 11명으로 구성된 예산안조정소위원회에서 사실상 예산안 수정이 이뤄진다는 것이 정설이다. 예산안 처리 막바지에는 여야 예결특위 간사와 기획재정부 예산담당자가 여의도 모처에서 밀실 합의로 마무리 짓는 일도 적지 않다.

○ 전문성 떨어지는 의원들

이처럼 국회가 행정부 견제 역량이 크게 떨어지는 데에는 의원의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도 중요한 요인이다. 미국 독일 등 의회에서는 상임위를 잘 바꾸지 않는 경향이 있다.

반면 우리 국회는 통상적으로 2년마다 의원들이 상임위를 바꾼다. 국토교통위원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등 ‘노른자’ 상임위를 공평하게 나눠 맡아야 한다는 논리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국정감사 기간에 호통으로 전문성 부족을 커버하는 일이 적지 않다.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임성호 교수는 “법안 발의, 정책 개발, 행정부 견제와 감시 등을 공천 기준으로 삼아 일하는 의원들이 재공천을 받고 다시 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출처=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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