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예술꽃씨앗학교→예술꽃새싹학교로 지속 지원 약속

가야금, 거문고, 아쟁, 해금, 대금 등 우리 전통악기들이 어우러지는 소리가 경쾌하다. 대전 중구의 보문산 자락에 자리 잡은 대신초등학교 3층 대강당에서 울려 퍼지는 국악관현악 연주곡은 부산아시아경기대회 공식 음악인 ‘프런티어(Frontier·양방언 작곡)’. 숙련된 솜씨여서 눈감고 들으면 과연 초등학생들이 하는 연주일까 싶다. 맨 앞에 앉아 아쟁을 맡은 채연(5학년), 언니 주희(5학년)와 함께 해금을 연주하는 한빛(4학년), 태평소 부는 체격 좋은 인채(6학년), 이들 모두 대신초교 아이들이다.

개교 당시(1966년)만 해도 16학급이었던 이 학교는 주변이 보문산에 가로막혀 개발이 안 되고 도심 공동화가 진행되면서 전교생 90명(병원학급 포함 7학급)의 미니학교로 축소됐다. 오래된 골목동네의 이 학교 아이들이 능숙한 국악 연주자로 변신한 것은 이 학교가 2011년 ‘예술꽃씨앗학교’로 선정되면서부터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08년 시작한 ‘예술꽃씨앗학교’는 농산어촌 등 문화 소외지역의 소규모 학교를 대상으로 전교생이 국악, 관현악, 연극, 영화, 디자인, 공예 등의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 문화적 감수성과 표현력을 기르고 창의적 인성을 키울 수 있도록 최대 4년간 국고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대신초교는 학부모 상당수가 생계형 맞벌이 부부이고, 공동화된 도심지역에 있다는 점에서 예술꽃씨앗학교 지원 대상이 됐다. 국고 지원을 받아 각종 국악기를 구입하고 전문 강사를 초빙해 국악을 통해 아이들의 예술적 꿈과 재능의 씨앗을 키워왔다.

학부모 대부분이 사교육을 시킬 형편이 안 되는 가정환경을 가진 이 학교 아이들은 오후 5, 6시까지 학교에 머물며 각자 적성에 맞는 국악기를 익히고 이 지역 전통 풍물놀이인 웃다리농악, 국악관현악, 대취타(전통군악) 등을 연습했다. 제법 악기들의 합을 맞추게 된 다음에는 여러 행사에서 솜씨를 선보였다.

지난해 10월 21일에는 서울 강동아트센터에서 다른 지역 예술꽃씨앗학교 학생들과 지난 4년간의 성과를 공유하는 ‘꿈을 먹는 하루’ 공연을 펼쳤다. 신나는 풍물놀이부터 흥겨운 밴드, 수준 높은 연극과 뮤지컬까지 예술꽃씨앗학교 2기 16개 초등학교 아이들이 번갈아 무대에 오른 꿈같은 하루였다.

하지만 학교는 고민에 빠졌다. 아이들 가슴에, 생기 잃은 지역에 문화적 활기를 되살린 예술꽃씨앗학교 지원사업이 2014년 종료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희망이 나타났다. 신한은행이  1월 16일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꽃씨앗학교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정부 지원이 종료되는 예술꽃씨앗학교 중 일부를 ‘예술꽃새싹학교’로 선정해 지속적인 지원을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 대신초등학교 아이들이 국악관현악 연습을 하고 있다.

문화적 감수성 창의적 인성 키우기

송권석 대신초교 교장은 “예술꽃씨앗학교는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 아이들이 웃음과 자신감을 찾게 해주고 행복한 아이들로 만들어주었다”며 “열악한 환경에서도 예술교육이 가능하게 해준 사업이 지속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고 말했다.

대신초교는 예술꽃씨앗학교로서 정부 지원을 받으며 국악에 서양악기를 접목하는 ‘퓨전국악’으로 2013년 대한민국 청소년동아리경진대회 초등부 최우수상을 받았다. 대전시교육청 주관 2014학년도 학교 평가에서 최우수 학교로 선정됐으며, 국가전수조사에서 학교폭력이 한 건도 없는 학교로 나타났다.

‘로컬푸드’로 유명한 전북 완주군의 간중초등학교 역시 이번 신한은행과의 협약으로 희망을 갖게 된 학교다. 전교생 73명, 교장·교감을 제외한 교사 8명인 이 미니 학교는 2011년 전북 최초로 전교생이 국악을 배우는 예술꽃씨앗학교로 선정되어 손이 덜 여문 1, 2학년 아이들은 풍물놀이를 배웠고, 3학년 이상 아이들은 가야금, 거문고, 아쟁, 대금, 태평소 등 9가지 악기를 익혀 국악관현악단으로 활동했다.

임양환 간중초교 교장은 “더 발전시킬 가능성이 보였으나 이제 끝이다 싶어 안타까웠는데, 새싹학교란 단계가 생겨 희망을 갖게 됐다”며 새싹학교로 선정되면 4년간의 결실을 새로운 출발점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전주 외곽의 외진 곳에 있는 간중초교는 연간 수천만 원의 국고 지원을 받아 전교생 모두 수준 높은 국악을 배울 수 있다는 점에 아이들과 학부모 모두 자부심을 가지며 지난 4년간 학생 수가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임 교장은 이러한 외적 성과보다 아이들의 내적 성장과 잠재력 향상에 더 큰 의미를 두었다.

“소외지역 아이들은 문화적 여건이 갖춰진 도회지 아이들과 출발점이 다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력으로 접하기 어려운 국악의 여유로움을 맛보고, 관현악단이란 어울림까지 가봤다는 건 놀랄 만한 일입니다. 이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더 넓은 세상을 만났을 때 내면에 쌓아둔 잠재력이 어느 정도 폭발력을 가질지 예측하기 어렵죠.”

▲ 지난해 시간여행자 전시회에 선보인 ‘숨쉬는 작품’
▲ 시간여행자의 포토에세이 ‘상담사 인형씨’

4년간의 결실…새로운 출발점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 신규 지원 대상 20개교를 포함해 전국 47개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예술꽃씨앗학교 사업을 펼치고 있다. 총 40억 원의 예산을 들여 학교당 연간 6000만~8000만 원을 지원해 전교생이 1인 1분야 예술 활동으로 문화 격차를 해소하고 창의성과 자존감을 높일 수 있도록 예술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예술꽃씨앗학교 지원이 종료되는 학교들을 대상으로 공모를 거쳐 신한은행 후원의 ‘예술꽃새싹학교’로 선정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본격적으로 문화예술을 꽃피울 새싹들을 키워낸 뒤 마지막으로 학교의 자력과 지역의 도움으로 스스로 성장하는 ‘예술꽃망울학교’ 단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정부가 예술의 씨앗을 뿌리고, 기업이 자립으로 가는 징검다리를 놓아주는 셈이다.

예술을 통해 아이들의 내면의 힘을 길러주는 또 다른 민관 협업 프로그램이 ‘시간여행자(The Time Traveler)’다. 시간여행자란 사진, 역사, 환경 등을 매개로 청소년들의 정서교육을 뒷받침해 ‘나’를 발견하고 자신의 세계관을 확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 2012년부터 두산의 지원과 문화체육관광부의 후원으로 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ARCON)가 주관하고 있다. 서울지역의 만 14~16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며 문화예술 소외계층 중심으로 선발한다.

1기 58명, 2기 97명에 이어 지난해 3기 94명의 청소년들이 6개월간 ‘발견’, ‘공감’, ‘희망’이라는 주제로 서울이라는 공간에 대해 토론하고 출사를 나가 직접 찍은 사진 300여 점과 에세이를 지난해 11월 말부터 12월 초까지 서울 가나인사아트센터에서 전시했다.

시간여행자는 든든한 멘토와 동반여행을 한다는 점에서도 매력적이다. 지난해의 경우 역사학자인 신병주 건국대 교수와 함께 캠프를 떠났고, 김중만 사진작가와 동행 촬영을 하며 시야를 넓혔다.

ARCON이 중앙대 청소년학과의 임영식 교수와 함께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시간여행자 프로그램에 참여한 청소년들은 자아 존중감, 사회성, 정서적 공감 등이 프로그램 참여 이전보다 증진됐으며, 생리신호 측정 결과 스트레스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송권석 대신초교 교장도 문화예술 활동의 가장 큰 교육적 효과로 감수성과 인성 함양을 꼽았다.

“예전에는 가정에서 인성교육을 하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냈지만, 요즘은 기저귀 찬 나이부터 공동생활을 해요. 그러다 보니 타인을 배려하고 다른 아이의 감정에 공감하는 교육을 가정에서 받지 못해요. 더구나 돌봄 기능이 약한 가정의 아이들에게 직접 악기를 연주하고 다른 아이들과 박자와 화음을 맞춰가는 예술 활동은 최고의 감수성 교육이자 인성교육이지요.”

▲ 예술꽃씨앗학교 지원을 받은 대전 남선초등학교
▲ 예술꽃씨앗학교 지원을 받은 대전 남선초등학교

정부와 기업이 함께 내면의 징검다리 놓아주기

예술꽃씨앗학교 아이들, 시간여행자 청소년들 모두가 탄광촌 소년이 발레리노로 성장하는 영화 <빌리 엘리어트> 주인공만큼의 재능을 지닌 영재나 신동은 아닐는지 모른다. 하지만 문화예술 활동에 참여하는 자체만으로 예술의 즐거움을 맛보고 내면의 힘을 길러 인생의 고비를 극복하고 감성의 단비를 받아들일 토양을 기를 수 있다면, 정부와 기업이 함께 징검다리를 놓아주는 문화예술 지원사업의 교육적 가치는 충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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