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6월 4일 오는 2017년까지 고용률 70퍼센트를 달성한다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 계획의 핵심은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창출해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고용률도 높인다는 것이다. 시간제 일자리에 대한 사회적 우려도 있으나 우리보다 앞서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늘려 고용률을 높인 네덜란드 사례에서 시간제 일자리 확산의 바람직한 결과를 엿볼 수 있다.

▲ 세계 최대의 화훼 경매시장인 네덜란드 플로라홀란드의 알스미어 화훼 공판장 전자경매소. 세계적인 화훼 국가인 네덜란드는 시간제 일자리를 성공시킨 국가로도 명성이 높다.

2017년까지 고용률을 70퍼센트로 높이려면 취업자를 238만명 더 늘려야 하는데, 이 가운데 시간제 일자리 확대 목표는 93만명이다. 이는 늘어나야 할 취업자 수의 약 40퍼센트를 차지한다.

정부가 고용률을 높이는 핵심적인 정책수단으로 시간제 일자리를 제시하자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부의 목표와는 달리 질 나쁜 일자리만 늘어날 것이라는 비판이다.

사실 시간제 일자리의 현실을 살펴보면 이런 우려의 목소리가 공무원·변호사 등 전문직까지 시간제 고용 확산… 임금·휴가 등 고용조건 차별 없애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서 길을 찾다 먼저 들리는 것도 당연하다. 우리 사회에서 시간제는 곧 저임금의 불안정한 일자리와 동의어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정부도 이런 현실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시간제 일자리를 늘리는 정책을 추진하는 이유는 노동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이 우리 사회에서 고용률을 높이는 데 필수적인 조건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연간 노동시간은 2010년 2,193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773시간)에 비해 무려 420시간이나 많다. 단순하게 계산해서 모든 노동자의 노동시간을 OECD 평균 정도로만 줄이고, 그만큼 새로운 사람을 채용하면 취업자를 지금보다 23.6퍼센트나 늘릴 수도 있다.

이렇게 노동시간을 줄이고 고용률을 그만큼 올리는 것이 말처럼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그렇지만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와 고용률 제고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가 있다. 바로 OECD 나라 가운데 가장 근로시간이 적은 네덜란드다.

네덜란드의 연간 노동시간은 2010년 1,381시간으로 우리보다 무려 812시간이 적다. 사실 1985년 네덜란드의 고용률은 50.5퍼센트에 불과했다. 유럽 국가 가운데서도 매우 낮은 편에 속했고, 당시의 한국보다도 훨씬 낮았다. 그런데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기 전인 2008년까지 꾸준히 고용률이 높아져서 무려 76.1퍼센트에 이르렀다. 1990년대에 네덜란드가 보여준 경제적 성취와 고용성과를 ‘네덜란드의 기적’이라고 부르는 것은 이 때문이다.

노동시간 획기적으로 줄여 신규 취업자 늘려

고용률이 높아진 이 기간 동안 특히 여성의 고용률이 35.5퍼센트에서 70.2퍼센트로 두 배 이상 높아졌다. 여성의 고용률을 빠르게 높일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시간제 일자리이다.

여성 가운데 시간제로 일하는 비중은 2011년 60.5퍼센트로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 여성의 시간제 일자리 비중이 두 번째로 높은 스위스(45.5퍼센트)보다 무려 15퍼센트포인트 더 높다(OECD 평균은 26.0퍼센트). 우리나라에서 고용률을 높여야 할 핵심적인 정책대상이 여성이라는 점에서 네덜란드의 모델은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네덜란드 모델이 갖는 또 다른 장점은 말 그대로 ‘괜찮은’ 시간제 일자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는 점이다. 네덜란드에서는 공무원, 교사, 간호사, 회계사, 변호사 등 전문직에까지 시간제 일자리가 매우 폭넓게 확산되어 있다. 또 평등대우법(1996년)을 통해 임금과 휴가, 사회보장, 훈련 등을 비롯한 각종 근로조건에서 차별을 받지 않도록 규율하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변화가 노사의 사회적 타협을 통해 추진되어 왔고, 차별에 대한 규제가 현실에서 제대로 지켜진다는 점이다.

네덜란드 모델이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통한 고용 확대의 성공사례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어두운 그늘이 없는 것은 아니다.

2011년에 시간제 일자리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75.3퍼센트에 이르는 반면, 남성이 시간제로 일하는 비율은 17.1퍼센트로 여성의 60.5퍼센트보다 매우 낮았다. 이 수준에서도 시간제로 일하는 남성의 비율이 OECD 나라들 가운데 가장 높은 것이 사실이지만(남성 시간제 일자리 비율의 OECD 평균은 9.1퍼센트), 여성과 격차가 너무 크다. 이는 남성과 여성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모델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가 크게 늘어났지만 여전히 전일제보다 못한 조건의 시간제 일자리가 많이 남아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한계에도 네덜란드 모델은 고용률 너머의 더 근본적인 목표인 ‘행복한 삶의 모습’에 대해 생각하게 해준다. 여성들이 일을 통해 사회에 참여하고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만큼, 남성들도 과도한 노동으로부터 벗어나서 여유 있는 생활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이 행복한 삶을 위해 필요하다.

20세기의 위대한 경제학자들 가운데 한 명인 케인즈(J. M. Keynes)는 1930년 ‘우리 손자 세대의 경제적 가능성(Economic Possibilities of Our Grandchildren)’이라는 글에서 자신의 손자 세대가 살아갈 100년 후에는 대부분의 사람이 일주일에 15시간씩 일하면서 여가를 누리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2030년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았지만 케인즈의 전망이 실현될 수 있을지는 낙관하기 어렵다. 다만, 지금까지 가장 가깝게 접근한 나라가 네덜란드라는 점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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